레스토랑 운영
” 주방장을 컨트롤 하는 능력 “
이번 칼럼의 주제인 “주방장을 컨트롤 하는 능력”은 사실 주방장을 직접 컨트롤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너가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의 본질에 대해 알고 있어야 레스토랑 운영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소인 주방장과의 불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장이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오너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같이 일 할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줄 수 있나요?”이다. 포인트는 음식을 잘하는 실력있는 주방장을 구해 달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맛이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사람 좋은 주방장을 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모든 오너들은 말 잘듣고 불평이 없으며, 지각 결근 하지않는 성실한 사람만을 찾고 있고, 당장의 맛과 서비스는 둘째 치고 주방장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스트라스필드 중심지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본인이 음식을 잘하는 편으로 주방 일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는데 주방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고하려 하니 다른 사람을 찾아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날 저녁 그 한식당을 인스펙션 했다. 사장님께서는 주방장이 사장님을 키친에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고가의 식재료를 사용해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손님에게는 형편 없는 음식을 서비스하기에 그 주방장이 보기 싫어서 오늘 당장 가게 문을 닫고 싶을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식당이 비싼 권리금을 주고 인수한지 몇 달 되지 않은 가게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후 다시 한번 시간을 들여 주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예상 외로 주방이 잘 정리 되어있고 식재료의 손질, 저장상태 등이 무척 양호한 편인 것이 아닌가. 주방 상태만을 보아서는 끝까지 잘못된 점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다음날 주방장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호텔 요리사 출신인 나는 주방장들과 말이 잘 통하는 부분이 있어 까다롭다는 그 주방장도 예외없이 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편안한 분위기로 미팅을 진행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주방장에게 질문을 했다. “사장이 주방 들어오는 것 만큼 짜증나는 게 없죠?” 그러자 “예 맞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자기 집에서 하는 것처럼 잔소리를 계속 하면서 앞 뒤 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일을 하니 주방이 엉망이 되었어요. 주인이 주방에 또 들어오면 저는 그냥 그만 두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주방장의 대답에 답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상업요리사”와 “가정요리사”의 입장 차이에서 야기된 것이었다.
상업요리사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개발할 때는 식자재의 종류, 색, 식기와의 조화, 재료 단가 등 수십가지의 정보를 고려한다. 다시 메뉴는 서로 구색이 맞는 것, 재료의 신선도 등을 고려해 그물형태로 발전된다. 예를들어, 재료의 신선도에 따른 메뉴 개발의 경우 생선은 사시미 > 찜 > 튀김의 순서로 생선의 신선도에 따라 마지막까지 버려지는 것이 없이 조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판매와 재고 양을 고려하여 추천 메뉴로 재료 소진을 촉진하는 방법 등의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가정요리사는 어떨까? 가정요리사는 쉽게 말해 우리 엄마, 내 아내가 식자재의 단가나 정확한 그램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가족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의 냉장고를 열어보면 비닐 백, 랩, 일회용 통 등에 들어있는 식재료들이 냉장고를 메우고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조리 과정에서는 적당량으로 간을 하고 손가락으로 찍어 간을 본다.
집에서는 완성된 요리가 짜면 물을 붓거나 다른 재료를 더 넣어 먹지만, 레스토랑에서는 요리가 평소보다 짜거나 맛이 다른 경우 과감히 버린다. 물론 식재료를 보관할 때는 무조건 박테리아가 살 수 없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며 계량컵과 계량스푼을 이용해 정확한 간을 한다.
다시 위의 한식당의 예로 돌아가서, 상업요리사인 주방장은 상품을 만들고, 가정요리사인 사장님은 요리의 목적이 다른 만큼 생각의 차이로 언쟁을 계속 했고,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 했지만 결국 몇달 후 주방장은 일을 그만두었다. 사장님은 데리고 일하기 편한 학생과 함께 일하다 약 6개월 후에 모든 집기까지 그냥 놓아둔 채로 식당 문을 닫고야 말았다. 식당 인수 후 채 일년을 넘기지 못하고 50만불의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깨끗하게 관리된 주방에서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하는 것은 상업요리나 가정요리가 같지만, 레스토랑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 것을 오너가 인지한다면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주방장과의 불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 계속…
– 재호 요식업 협회